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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이희재 - 번역전쟁
2022. 2. 24. 11:52
1부. 우리가 빠져 있는 오역의 덫
- 극우
미국은 한국에서도, 그리스에서도, 이탈리아에서도 자국의 독립을 위해 싸운 사람들은 우건 좌건 빨갱이로 몰아 몰살시키고 타국을 섬기느라 동족을 죽이고 고문한 세력을 반공세력으로 육성하여 권력을 안겨주었습니다. 한국의 이른바 '극우'가 집회에서 미국 성조기를 흔드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미국은 동족을 죽이고 짓밟은 사람들에게 새 삶을 안겨준 구세주였으니까요. 자민족을 혐오하고 타민족을 숭상하는 세력을 극우라고 부르는 것은 극우라는 말에 대한 모독이 아닐까요.
한국이 정말로 슬퍼해야 하는 것은 동족을 괴롭히고 능욕하고 고문하고 학살한 세력이 '우익' 세력으로 군림하고 진보진영으로부터는 '극우' 세력으로 규탄받는 어이없는 현실입니다.
- 선군정치
하지만 공산권이 무너지자 이른바 자유 진영으로 불리던 자본주의 체제에서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의 삶은 더욱 고달파졌습니다. 공산주의라는 대안 체제가 살아 있던 시절에는 자본주의 체제의 정부도 기업도 무작정 노동자를 쥐어짤 수가 없었거든요. 교육, 의료, 연금 등 다양한 영역에서 국민의 복지를 어느 정도 챙겨야 했습니다. 그런데 공산주의 체제가 사라지니까 금권세력은 눈치를 볼 이유가 없어진 거지요. 소수가 부를 독점하는 양극화가 국경을 넘어 모든 나라에서 관철되엇습니다.
냉전 종식은 하지만 미국의 금벌에게도 위기였습니다. 무기를 팔아먹기 어려워진 거지요. 실제 2차대전 이후 무기 주문 급감으로 미국 군수산업이 직면했던 현실이었습니다. 6·25전쟁이 미국을 살려준 것처럼 테러와의 전쟁은 미국의 금벌이 군사력이 약한 나라를 마음놓고 쳐들어가면서 군수산업과 보안산업의 덩치를 불려서 돈벌이를 하는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 인턴
인턴은 연줄 없는 젊은이에게 전문직 직무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려는 기성 세대의 포용력과 아량에서 나온 것처럼 포장되지만 사실은 연줄 없는 젊은이는 전문직에 진출할 엄두조차 못 내게 만들려는 영악하고 교활한 배제술이라는 지적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것은 마치 팁 문화가 훌륭한 봉사를 해준 종업원에게 손님이 고마움을 나타내는 선진문화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제대로 노동의 대가를 치르지 않는 주인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수단으로 작용하는 것과도 비슷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