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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장 그르니에 - 일상적인 삶

2021. 7. 25. 23:07

 

여행

여행이란, 리트레 사전에 따르면 "어떤 곳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곳에 이르기 위하여 옮겨 가는 과정"이다. 여기서 '위하여'라는 말을 강조해야 한다. 여행은 의도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도달해야 할 목표가 주된 것이며 그 수단은 부차적이다. 수단은 그것이 목적지에 닿게 해 줄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의 이동이 바로 여행이므로 중요한 것은 목적지다.

 

산책

산책할 수 있다는 것은 산책할 여가를 가진다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어떤 공백을 창조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산책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를 사로잡고 있는 일상사 가운데 어떤 빈틈을, 나로선 도저히 이름 붙일 수 없는 우리의 순수한 사랑 같은 것에 도달하게 해 줄 그 빈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결국 산책이란 우리가 찾을 생각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을 우리로 하여금 발견하게 해 주는 수단이 아닐까?

 

담배

말하자면 결국 나는 온 세상을 태워 파괴함으로써 그것을 내 속에 흡입하려는 것이며 또 내 소유로 삼으려 하는 것이다.

담배는⋯ 하나의 매개이다.

 

침묵

이 경우 침묵은 미덕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하나의 결함으로 간주된다. 그것은 공포라는 저급한 힘에 굴복한 일종의 도피에 속한다. 그러므로 그것은 하나의 행위, 그것도 비열한 행위이다.

(중략)

수동적은 시민은 이제 양심의 가책 같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 주권은 민중에게 있으니 그도 민중의 한 사람이라면 어떤 범죄가 자행될 때 그것을 단죄하지 않고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언의 단죄만으로는 불충분하며 공개적이고 분명한 단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위법이라고 판단되는 모든 사회적 행위에 대해 시위와 반대 서명이 잇따른다. 그 서명에 동참하지 않는 자는 그러한 사회적 행위에 대해 찬성하는 것으로 간주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무관심한 자로 여겨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