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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아니 에르노 - 빈 옷장
2021. 8. 19. 14:40
오늘 어머니는 또 교회에 가서 내 시험을 위해 기도를 중얼거렸을 것이다. 어머니는 당신의 딸이, 당신의 하나뿐인 딸이 임신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것을 잊었다. 아니 어쩌면, 그 끔찍한 일을 너무 두려워한 나머지 기도를 했을지도 모르지. 오늘 아침, 노인들과 실내화를 신은 여자들이 장을 보러 왔을 것이다. 라니에르 아버지도 월급을 받았다면 왔겠지. 그는 늘 외상이 남아 있었으니까. 별도리가 없다. 지금 그곳을, 그 사람들을, 손님들을 떠올리는 것이 역겹다. 나는 더 이상 그들의 세계에 있지 않으며, 그들과 어떤 공통점도 없다. 그렇지만 나는 일곱, 여덟 살까지, 블라우스를 입고 장을 보러 와서 치즈가 잘 숙성됐는지 보려고 까망베르 안에 다섯 개의 손가락을 집어넣는 그들과 닮아 있었다. 말투가 상스러운 사람들, 변태들, 쭈그리고 앉아 그들의 낯짝 위에 오줌을 갈길 것이다…… 여름, 셔터를 내리면, 연기, 씹는 담배, 물러진 토마토 사이로 나오는 니니즈 르쉬르…… 아기 고양이처럼 눈을 떠서 세상을 보는 행복, 모두 가져야 할 것들이었다. 내가 좋아했던 것들, 내가 감탄했던 것들을 떠올리는 것이 역겹다 할지라도. 세상은 그곳에 있었다. 허기와 갈증 그리고 만지고 싶고 찢고 싶은 욕망의 수천 개의 조각들로, 질기고 수다스러운 끈으로 엮인 채, 나, 드니즈 르쉬르, 나는…… -50p
좋은 여자들, 나는 그녀들을 더 유심히 지켜봤다. 그 여자들은 모두 특별하다. 헤어스타일, 투피스, 보석, 조용하다. 다른 이보다 절대 한 마디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그 여자들은 길에서 떠들지 않고, 팔 끝에 커다란 바구니를 들고 시내에서 장을 본다. 가벼움, 그렇다. 그리고 완벽하고 청결하다. 그 외의 사람들은 모두 손님들을 닮았다. 그러니까 파란색 작업복을 입고 베레모 혹은 캡 모자를 쓰며 자전거를 타는 노동자들, 창백한 노인들, 늙고 보기 흉한 아무개들 말이다. 그들이 성체 배령의 날에 가장 좋은 옷을 차려입어도 그들을 알아볼 수 있다. 검은 손톱, 커프스 없는 셔츠, 무엇보다 걸음걸이, 건들거리고 축 처진 불안정한 팔. 그들은 예의 바르게 말할 줄을 모른다. 소리를 지른다. 성체 배령에 슬리퍼를 신고 방수포 바구니를 들고 온 여자들은 모두 서로 비슷하다. 너무 뚱뚱하거나 너무 말랐으며, 항상 몰골이 사납고, 처진 가슴은 너무 빈약하거나 무거워서 벨트 위로 흘러내리고, 거들을 입으며, 팔은 맵시가 없고, 로자플로르 머릿기름을 바른 파마머리는 결국 언제나 머리카락 몇 가닥이 내려와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나는 그 차이가 돈에서 나온 것이라는 생각을 절대 해본 적이 없었다. 청결함 혹은 더러움, 아름다운 것들을 좋아하는 취향 혹은 자포자기는 타고난 것이라고 믿었다. 나는 그들이 술주정뱅이, 콘비프 통조림, 변소 근처에 박힌 못에 걸어 둔 신문을 선택했으며, 그들이 행복하다고 믿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면, 특히 모든 것이 자리 잡은 소녀에게는 많은 성찰과 독서와 수업이 필요하다. -109p
그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일주일 후에 미국으로 떠난다. 폭염에 달궈진 시드르 병, 마개가 솟아올랐다. 지하실 바닥에 노란 거품이 떨어졌다. 파편들이 3미터 거리에 있었고, 꽃처럼 병이 터졌다. 텅 비었다. 그 때문이었다면, 그 부르주아들, 그 좋은 사람들 때문에 내가 지금 뱃속에서 내 수치심의 조각들을 힘겹게 꺼내는 것이라면. 나를 증명하기 위해, 구별되기 위해, 이 모든 이야기가 거짓이었다면…… 임신 그러니까 그것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214p